당신이 죽은 뒤에.


하루에도 몇 번씩 그를 떠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북풍의 칼날 같이 시린 눈동자와 상처를 헤집는 소독약의 끔찍한 따가움보다 더 아픈 독설. 그를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부정적인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쉽게 흐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긍정적이게 느꼈던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 부서질 것처럼 흩날리던 검은 머리. 위험 앞에서 나를 가로막던, 커다랗게만 느껴졌던 마른 어깨. 억세게 붙잡던 커다란 손. 차가움 안에 숨겨진 희미한 온기를.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남아서, 쉼 없이 다시 떠올라, 영원할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스네이프.

머릿속에서 생각해보거나, 입안에서 굴려보거나, 혹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불러도. 당신은 대답이 없다.



'뭘까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5.07.27
by mint_mont 2015. 6. 1.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