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매끈한 미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다. 낮은 으르렁거림과 함께 고른 치아가 날카롭게 들어난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고고한 나의 형제. 밤하늘 눈부시게 불타는 천랑성. 겨울밤의 시리우스. 사납게 노려보는 그의 시선을 가리며, 굳어있는 스네이프의 등을 밀어 갈 길을 재촉했다. 충성스런 크리처는 제 명령대로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으므로.
“더 이상 네게 뭐라 말하지 않겠지만. 기적 같은 확률에 아직도 매달리고 있는 거라면. 저런 거랑 붙어먹지 말고, 우성계집애들을 안아라.”
발을 붙잡힌다. 걱정이 가득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시리우스의 말이 아프게 귓가를 할퀴고 지나간다. 손에 잡힌 스네이프의 마른 어깨가 파르르 떨리며 다시 굳는 것이 느껴졌다. 나에게만 전하는 것이 분명한 그의 말에, 상처를 입은 것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우스웠다. 고개를 돌려 다시 시선을 시리우스에게로 옮긴다. 맑은 회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나를 마주하며 시리게 빛나고 있다. 느릿하게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가 겨우 그 회색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다. 말간 눈 안에서 일렁이는 열망을 본다. 느낀다.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 더럽다고 말하면서도 바라고 마는 시리우스의 본능을.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움찔거리는 스네이프에게서 옅게 달콤한 향이 흘러나온다.
시선은 나를 살짝 비껴가있다. 움찔거림에 흔들리는 모가 얇은 검은 머리카락 아래에 들어나는, 마른 흰목을 훑는다. 창백하게 질린 피부 위, 몸을 내줬다는 붉은 증거에 눈꼬리가 미미하게 떨린다. 웃음이 난다. 고귀하고, 고결하고, 고고한. 내 하나뿐인 형제는 내 것을 원했다. 자기도 모르게. 본능.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샛노랗게 눈을 빛내며 타이밍을 잰다. 나라는 억제점이 없었다면 시리우스는 언제고 반드시 스네이프를 잡아먹었을 것이었다. 산채로, 날 것 그대로, 당연한 순리처럼. 내 것이 내가 아닌 자신과 붙어먹기를 바란다. 시리우스의 알 수 없는, 집착에 가까운 괴롭힘은 그 본능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했다.
알파는 오메가를, 오메가는 알파를.
까만 눈동자가 회색의 시선을 담는다. 나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스네이프의 어깨를 강하게 밀어 계단 아래로 데리고 내려간다. 따라 붙는 시선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시리우스는 알파고, 스네이프는 오메가다. 그리고 나는 끔찍하게도, 여전히 베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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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지....(흐린눈)
교류전에 내고 싶은데... 가능할까...ㅇ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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