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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에서 화창할거라던 하늘은 흐렸다. 아침나절엔 소나기가 제멋대로 내렸고, 점심이 되자 겨울인 것 마냥 추웠다. 스네이프는 무척이나 지랄 맞은 날씨라고 생각하며 옷깃을 여몄다. 날씨도 거지같지만 뒤에서 졸졸 자신을 따라오는 신입은 더 거슬렸다.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키는 저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크고, 덩치는 곰같이 커서 제 몸의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습관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신입을 흘깃거렸다. 덩치는 산만 해서는 헤실 거리는 미소를 달고 있는 것도, 며칠 밤 못 잔 것 마냥 핼쑥한 얼굴도, 유들거리는 성격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다리를 쭉쭉 뻗어 빠르게 걸어갔다. 거리를 벌리고 싶었는데, 눈치는 쥐똥만큼도 없는 이 신입이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제 곁에 바짝 붙는 것이 아닌가. 스네이프는 이를 부득 갈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신입을 제게 던져놓고 부장이랑 도망가 버린 선배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의 이가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도, 신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싱긋 웃었다.




A good werewolf is hard to find.

좋은 늑대인간을 만나기는 어려워.



1.


스네이프가 신입을 데리고 간 곳은 그가 자주 가는 가게였다. 다른 부서원들 모르게 쉬고 싶을 때마다 오는 곳이었기에 그는 이곳을 신입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으나, 아침나절 내내 받은 스트레스로 쉬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가게 문 앞에 잠시 멈춰서, 스네이프는 제 뒤에 바짝 붙어있는 신입을 날카롭게 한번 노려봐주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점으로 알고 따라왔던 신입은 음식 냄새가 나기는커녕 향긋한 허브향이 가득한 가게 안을 둘러보며 이곳이 음식점인지, 카페인지, 혹은 온실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신입이 가게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 스네이프는 카운터에서 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붉은 머리 아가씨를 보며 제 창백한 뺨을 살짝 붉혔다. 어머, 또 오셨네요. 붉은 아가씨가 맑은 목소리로 스네이프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아주 조금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군요. 릴리씨 가게가 워낙 좋다보니 자꾸 오게 되는 것 같네요.”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상냥한 어투로 길게 말하는 그를 보며 신입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작 반나절일 뿐이었지만, 그 동안 자신이 겪은, 세베루스 스네이프란 사람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신입은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며 굳어있었다. 어머, 기분 좋아지는 말이네요. 그럼 이쪽으로. 붉은 아가씨가 활짝 웃으며 안내를 하자, 그녀를 따라가려던 스네이프는 신입이 멍청하게 서있는 것을 보고 그의 가슴을 손등으로 찰싹 내려쳤다.


“정신 차려.”


뾰족한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신입은, 붉은 아가씨를 대할 때와는 다른 모습에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스네이프를 따라 움직였다. 안내 된 방으로 가는 동안, 신입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냉정하고 사납기만 한 줄 알았던 제 상사의 다른, 특히나 뺨을 붉히며 다정한 톤으로 말을 하는, 모습은 흥미롭기 짝이 없었다. 신입은 제 앞에서 느릿하게 걸어가는 상사를 보았다. 창백한 뺨에 옅지만 혈색이 돌고, 무심한 검은 눈동자가 사춘기 소년의 그것처럼 반짝이며 붉은 아가씨의 움직임을 쫓고, 딱딱하게 굳어 처져있던 입고리가 움찔거리며 올라가는 그 모습은. 흐음. 제 못된 상사를 관찰하던 짓궂은 신입은, 스네이프가 릴리의 맑은 웃음에 허둥지둥 거리는 것을 보며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풋사랑 중인 소년이잖아.



2.


“이봐, 신입.”


대리님, 제 이름은 신입이 아니라 리무스 루핀입니다만. 기억력이 나쁘신 게 아니라면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긋 웃으며 비꼬듯 지적하는 루핀을 보며 스네이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지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뭐라고 딱히 할 말도 없을뿐더러, 제가 신입일 때도 비슷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스네이프는 이를 으득 갈며 루핀을 노려봤다. 스네이프가 노려보든 말든, 루핀은 다시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모습에 더욱 짜증이 난 스네이프가 던지는 것처럼 서류철을 루핀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다시 수정하고 확인해서 제출하도록. 루.핀.”


스네이프가 제 비꼼에 반응하듯 이름을 한 자, 한 자 억눌러 부르는 것을 보며, 루핀은 짐짓 무심하게 모니터를 보곤, 속으로 키득거리며 웃었다. 회사에서 성질 더럽고 싸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하기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어쩐지 제 눈에는 으르렁거리는 새끼고양이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스네이프가 소문만큼 성질이 더럽고, 독설을 입에 달고 살며, 저를 매일매일 갈구기는 했지만. 첫날의 그 모습을 봐서 그런지 무서워보이지는 않는다고 루핀은 생각했다. 씩씩거리며 저를 노려보는 스네이프의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루핀은 장난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왕이면 리무스라고 불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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