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느 때처럼 그 길고 검은 망토를 허공에 휘날려, 날개를 펄럭이듯 빠른 걸음으로 걷던 남자는 일순 떠오르는 생각에 멈춰 섰다. 남자는 더 이상 다급하게 걸어 다닐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남자의 일생을 고통과 다급함으로 얽매던 모든 것은 이미 사라졌다. 그렇게 찾아온 평화에서, 남자가 느낀 것은 공허였다. 더 이상 나아갈 목표도, 목적도 없는 삶.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그 흔한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던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남자 자신마저도 모르게,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붕괴의 끝에 남자는,

 

 

 

 

2.

 

 

끝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긴 회랑에 서서, 남자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수평선이 있을 만큼 커다란 호수 너머로 붉은 해가 저물고 있었다. 남자는 탄식과도 같은 숨을 내뱉었다. 몸 안의 모든 숨을 내뱉은 것처럼 속이 허했다. 남자는 이제 비어버린 제 배를 무의식적으로 쓸었다. 그리고 놀라 발작하듯 손을 뗐다. 배를 쓸었던 손이 덜덜 떨려서 남자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슬프지 않다고, 어차피 처음부터 모두 잃어 가진 것이 없던 삶이었다고,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는데 슬플 리가 없다고. 남자는 자신에게 되뇌고 또 되뇌었다.

 

슬프지 않아. 너를 잃어 슬프지 않아.

 

남자의 서글픈 혼잣말이 회랑에 옅게 울렸다.

 

 

 

 

3.

 

 

남자는 느리게 걸었다. 해가 저무는 속도에 맞춰, 붉게 일렁이는 긴 회랑을 그렇게 천천히. 또각 거리는 구두 소리가 느린 박자로 일정하게 울리고, 차분히 가라앉은 망토가 무겁게 바닥을 쓰는 소리가 뒤따라 울렸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듯 그렇게 느리게 회랑을 남자는 문득 들린 것만 같은 목소리에 다시 걸음을 멈췄다. 남자의 장신이 뻣뻣하게 굳고, 창백한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아빠.

 

어린 아이의 여리고 높은 목소리가 남자의 귓가에 울렸다. 남자는 이것이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끔찍하게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저 단어로 불러줄 존재는 이제 없으니까,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으니까. 남자는 아랫입술을 세게 짓씹었다.

 

아빠.

 

남자의 숨이 가빠졌다. 단단한 철옹성 같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사나울 만큼 부릅뜬 눈이 물기로 젖어들었다. 이 지독한 장난을 치는 자를 죽여버리리라. 남자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리고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4.

 

 

남자가 걸어온 길의 시작점에 조그만 아이가 서있었다.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가, 남자를 닮은 얼굴에 보석처럼 박혀있었다. 남자는 숨이 막혀, 숨이 멎어, 숨을 멈췄다. 아빠. 남자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회랑 가득 울렸다. 아이는 조그만 발을 위태롭게 내딛어, 느리게 하지만 차근차근 점점 더 가까이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아이는 와주지 않는 남자가 서운한 듯 뽀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제 기분을 표현했다. 그리고 더욱 다급하게 발을 놀렸다. 더 빨리, 어서 남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아이의 몸이 더욱 위태롭게 흔들렸다. 남자는 조심하라고, 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멈춘 숨이 돌아오지 않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아이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가 회랑에 작게 울렸다. 새빨간 얼굴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이는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빠-아, 아빠-.

 

 

 

 

 

5.

 

 

와달라는 듯 간절히 뻗어진, 조그만 손이 남자를 붙잡고 싶은 듯 꼼지락거렸다. 아빠. 아이가 젖은 목소리로 다시 남자를 부르고, 마침내 남자는 멈췄던 숨을 내쉬며 달렸다. 다급하게,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하게. 남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뛰어, 망토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펄럭여, 바닥에 넘어진 아이를 품 안으로 강하게 끌어안아. 남자와 아이는 한 덩어리가 되어 그곳에 멈췄다. 그 옛날 남자가 그 아이를 품었던 그때처럼.

 

해가 더 이상 저물지 않았다. 스치우던 바람도 멈춰 섰다.

 

그리고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

꿈꾼 것 기반으로 풀어보는 해스네썰..

임신한 스교수 보고싶어요..()

마법세계에 판타지니까 남자가 임신하는 것 쯤이야..()

 

스교수가 해리 애를 임신했는데, 임신한 줄 모르고 마지막 전쟁에서 내기니에 물러요.

다행히 해리가 스교수 살려줍니다. 하지만 애는 이미 유산..ㅠㅠ

스교수는 자기가 죽은 줄 알았는데, 눈 뜨니 병원이어서 힘겹게 병실을 나서려는데, 문 밖에서 해리랑 의사랑 떠드는 얘기를 듣고 충격.

 

"유산이라고요? 교수님이 임신을 했었단 말인가요?"

해리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임신을? 누구의 아이를? 자신?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쉼없이 밀어닥치는 생각에 해리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의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뱃속의 아이가 모든 독을 다 흡수해, 죽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스네이프씨가 살 수 있었고요."

 

ㅠㅠㅠㅠㅠ 애기가 엄마 살려준거였쪙..ㅠㅠㅠ

스교수는 충격 먹고 다시 침대로 꾸물꾸물. 텅 비어버린 배를 움켜쥐고 혼란스러워 하는 스교수..ㅠㅠㅠ

일단 애라면 해리 애가 확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임신이 믿겨지지 않음.

제 안에 다른 생명을 품고 있었다는 것도, 제 피를 가진 가족이 생겼었다는 것도.

그러나 어쩔 수 없어, 그 벅찬 감정들이 물밀듯 들어와, 황홀해져 버리고 말지만, 이미 잃었다는 말에 무너저내려버리고 마는 것.

 

병실 안으로 들어온 해리가 깨어있는 교수를 보고 놀라 다가옴. 해리는 교수가 아무 것도 몰랐으면 싶어서, 임신이나 유산 얘기는 안 꺼내고, 그냥 교수의 생환을 기뻐함. 교수는 그게 더 밉고 화나고 슬퍼서 해리를 매몰차게 대하고...ㅠㅠㅠㅠ

몰래 홀로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썰 쓴 건 그 뒤에 스교수가 아이를 잃은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그 질긴 삶을 이어가고, 또 이어가다가.

어느 날 문득, 밀어닥치는 생각들에 고뇌하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해리를 언뜻 닮기는 했지만, 자신의 이목구비를 꼭 빼닮은 외모에, 검은 머리, 해리의 녹색눈을 가진 아이를 보게 됩니다.

죽지 않고 태어났다면, 그랬을 법한 외모로 스교수를 홀리는 환영.

 

환영인 것을 알고 있지만, 스교수는 속아버리고 말죠. 거짓말도 다 소용없어.ㅠㅠㅠㅠ 스교수는 태어나보지도 못한 가여운 제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 빼앵..ㅠㅠㅠㅠㅠ

 

환영이니까, 스교수가 달려가 껴안은 그 순간부터 아이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스교수는 아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팔을 휘둘러 손으로 움켜쥐어, 허공을 끌어안고 껴안고 감싸안아 품에 가두고 마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스교수의 모든 것이 그 순간에 멈춰버리는...

 

뭐 그런 ㅠㅠㅠㅠㅠㅠ 이야기가 보고 싶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연성 좀...ㅇ<-<

 

 

+ 이걸 꿈으로 꾼 나년 기특하다..ㅠㅠㅠ

실제로 꾼건 회랑을 걷는 스교수랑, 환영인 아이랑 그 아이를 끌어안는 스교수뿐이었만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영상으로 보면 진짜 절절..ㅠㅠㅠㅠ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달려오는 스교수랑, 아이 끌어안고 우는 스교수를 어디서 볼 수 있겠어..ㅠㅠㅠㅠㅠㅠ

시발... 스교수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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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_mont 2015. 2. 1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