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
“안녕, 아가야.”
퍽 다정해진 기분으로, 나는 작게 속삭여보았다. 네가 갓난아이였을 때,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는 널 닮았다. 보드라운 곱슬머리도, 또렷한 이목구비도, 모두 널 쏙 빼닮아, 유일하게 날 닮은 새까만 눈동자만이 내가 낳은 아이라는 걸 알려줘, 새어나오는 실소를 막을 수 없었다. 너와 나의 아이.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는데, 미웠는데, 사랑하게 되고 말아. 너는 죽고, 나도 죽게 될, 이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질 정도로, 그렇게 사랑스러워, 나는 그날 조금 울고 말았다.
2.
아이의 보드랍고 하얀 뺨은 눈물이 날 것처럼 따스했다. 말랑거리는 뺨에 입을 맞춰, 바람을 불어넣으면 까르르 하고 허공으로 퍼지는 웃음소리가 너무 따스해, 아이가 싫어하며 울어버릴 때까지, 아이의 뺨에 내 거친 뺨을 부비는 것을 나는 멈추지 못했다. 아이와의 짧은 시간이 안타까워,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듯, 흘러가는 마음도 그러해서, 그렇게 또 나는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또 다시.
3.
부르튼 입술이 거친 마찰에 터져버리고, 맺히는 핏방울을, 너는 마치 천년을 잠들어있다 깨어난 배고픈 뱀파이어처럼 핥고 또 핥아. 나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어 너를 밀어내고, 또 거부한다. 너는 누구보다 더 거칠어진 목소리로 나를 옭아매, 달콤하고 절절한 사랑의 세레나데는커녕, 음탕하고 천박한 말로 나를 짓눌러, 하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 체온으로 감싸 안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잊게 만들고 마는 것이다.
세베루스.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가, 거칠고 강하게 허리를 붙잡는 손길이, 그르렁거리는 신음을 내뱉는 울대가, 거칠게 들썩이는 가슴이, 내 몸을 꿰뚫어 강렬한 존재감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너의 분신이. 나는 다시, 또 다시 이름을 불러달라고 애원해, 너의 마른 팔에 매달려, 애욕에 헐떡인다. 세베루스, 너는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해져, 하지만 또 잔인해져, 쉽게 이름을 부르고 만다. 쉽게 허락을 해, 마음을 내보여, 틈을 만들고, 또 그 안으로 파고들어, 자리를 잡아, 흔적을 만든다.
세베루스.
4.
지키지 못한 친우가 남긴 마지막 조각을, 사랑스러운 대자를 위해.
5.
아무리 기다려도 너는 오지 않았다. 끝끝내, 이렇게 죽어버린 것.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허무함에, 갈 곳을 잃은 분노를 풀어낼 곳이 없어서, 내게로 쏟아지는 분노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밖에 나는 할 수 없었다.
너의 대자는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데, 어째서 너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가. 그 흔한 육신 조각마저 없이, 사라져버리고, 없어져버리고, 잃어버리고.
나쁜 놈, 개새끼, 빌어먹을 자식.
6.
돌아와, 돌아와서 나를 가득 안아줘.
7.
심장이 멈춘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다시 묻고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내 안에 나 말고 다른 생명이 숨 쉬고 있다고.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고, 따스한 체온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8.
“부탁하네, 세베루스.”
삶은 잔인하고 지독하기 짝이 없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제 영혼은요? 제 가여운 아이는요? 조각이 나 부서질 제 영혼과 살인자의 자식으로 남겨질 제 가여운 아이는요? 교수님, 교수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그를 부르면, 그는 또 믿지 못할 두터운 신뢰를 내보여, 나를 달래, 괜찮다고 말해, 나를, 나를.
아아, 너는 없고,
나는 무너지고 있다.
9.
“시리우스의 아이네. 잘 부탁하네. 해리 포터가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다면, 그때, 그에게 데려다주게.”
“덤블도어 교수님, 저보단 교수님이 데려다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혹시 말일세, 혹시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탁하네.”
10.
Look at me.
나는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릴리, 내 빛의 여신에게 간절히 애원한다. 찢겨져 조각나버린 너덜거리는 영혼이나마 제물로 바쳐, 단 하나의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지켜줘. 부디.
나를 보아라.
나를 굽어보소서.
11.
해리는 제 품안의 작은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시리우스를 그대로 닮아있었다. 그러나 시리우스의 얼굴에 새겨진 새까만 눈동자가 어쩐지 익숙해, 해리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낸 해리는 방긋 웃는 아이에게 마주 웃었다.
“안녕,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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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스네에 이은 시리스네 교수님 임신썰...ㅋㅋㅋㅋㅋㅋ
3번 때문에 보호로 돌려야하나 고민중인데.. 뭐 이정도는 괜찮겠...지...?
덤블도어 존나 나쁜새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는 해리가 데려다가 잘 키웠을 것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시리우스 애니까, 해리가 막 키웠을 리가 없음..ㅠㅠㅠ
근데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스교수를 닮아가는 거..
까만 눈동자의 느낌이나, 분위기 같은 게 시리우스보다는 스교수 쪽...
어딘가 의아해지는 해리지만...
영원히 모르는 걸로.
아이 프로필도 생각해봄..ㅋㅋㅋㅋㅋ
프로시온 시리우스 블랙(Procyon Sirius Black)
1996년 12월 25일
팔삭둥이
슬리데린
프로시온 키우는 해리 보고 싶구먼...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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